뉴스

뉴스

네이멍구에서 확인한 중국의 에너지 전환 굴기

Author
admsnuei
Date
2026-02-05
Views
18





혹한의 땅에 건설된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생산 산업단지에너지 전환이 실험 단계 넘어
산업적 규모로 논의되는 현장핵심은 기술의 새로움이 아닌
실증적 해법과 창의적 비전중국의 시스템과 효율성을
인정하고 우리 길을 모색할 때

지난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쯔펑(赤峰)에 위치한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생산 단지를 방문했다. 베이징에서 고속철로 약 3시간 북동쪽에 위치한 이 혹한의 지역에서 중국의 산업형 넷제로 구상은 현실이 되고 있었다. 풍력과 태양광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그린암모니아로 전환하는 이곳은 IT 혁신 단지인 선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RE100 산업단지’의 실물 모델이었다.

우리 역시 일찌감치 수소 경제를 국가 전략으로 선언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속도와 확산력은 아직 부족하다. 로드맵과 제도, 기술 기반은 갖춰졌으나 대규모 실증과 사업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이 단지의 수소 생산 방식은 알칼라인 수전해로, 기술 자체는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오래된 기술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술의 새로움이 아니라 결합과 운영 방식에 있었다.

이 단지는 대규모 풍력·태양광 설비와 수전해 시스템을 직접 연계해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관리하며 안정적인 수소 생산을 구현하고 있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과제인 간헐성 문제에 대한 하나의 실증적 해법인 셈이다. 국내에도 유사한 연구 성과와 기술 축적이 존재하지만 이를 대규모 실증과 상업화로 연결하는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이 단지의 연간 그린수소 생산 규모는 약 5만t으로, 포스코의 파일럿 수소환원제철 공정 수요를 웃돈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적 스케일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단지가 개별 설비의 집합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수소 전환, 운영 최적화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 있다는 사실이다. 방대한 기상·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과 수소 생산이 유기적으로 조정되며 기술 경쟁은 개별 장비를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의 시스템 경쟁력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에너지 전환이 산업 운영 방식 자체의 전환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엔지니어들의 눈빛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주체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제시된 비전은 에너지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사막 등 척박한 지역에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농지와 산업 기반을 함께 조성하겠다는 구상까지 포함돼 있다. 또한 중국 내 수요를 넘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을 향한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공급 거점으로도 제안된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기획부터 건설, 가동까지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금융, 인허가, 기술, 인력이 하나의 목표로 정렬된 결과다. 한때 ‘빨리빨리’로 대표되던 대한민국의 명성은 적어도 대규모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중국 사례를 두고 흔히 재정 규모나 시장 크기를 이유로 들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것은 외부 조건의 차이만큼이나 시스템의 효율성과 의사결정 구조의 격차였다. 중국에서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실증으로 이어지고, 다시 대규모 사업으로 확장된다. 정책 목표가 비교적 명확하고 장기간 유지된다는 신뢰 속에서 기업과 연구자들은 장기적 투자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 이는 잦은 정책 변화와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우리의 연구개발·실증 체계와 대비된다.

중국의 에너지 전환을 무조건 경계할 필요도, 그대로 따라갈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경쟁하고 어디에서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와 속도 면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플레이어이며, 가장 대담한 실험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를 단순한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네이멍구 쯔펑의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넷제로 단지는 중국 에너지 전환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그러나 변화가 이미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시작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중국을 단순화해 바라보기보다 차분히 이해하며 우리의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
화학생물공학부



[출처] - 국민일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9583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