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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골의 거대한 공학 단지와 한국의 답답한 현실 [아침을 열며]

Author
admsnuei
Date
2026-02-05
Views
12

AI와 거대공학의 내몽골 단지
중국 스타트업 '엔비전'의 작품
거대한 공학실험, 적극 나서야




 

필자는 최근 내몽골을 다녀왔다. 북경에서 고속철을 타고 세 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에 육박했지만, 그곳에는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화학공업, 그리고 인공지능(AI)이 결합된 거대한 산업 실험, 다시 말해 '거대공학'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늘어선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설비 옆에는 친환경 전기로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시설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로 자주 언급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수소를 만든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 수소로 친환경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초대형 단지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핵심 원료이며 식량안보를 지탱하는 전략 물질이다. 우리가 몇 년 전 겪었던 '요소수 대란' 역시 중국발 공급 차질이 사회 전체를 흔들면서 발생했다. 한국이 얼마나 취약한 공급망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린 암모니아가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이 관건이다. 수소 생산에는 막대한 전기가 들어가고, 전기 가격이 곧 생산비용이 된다. 결국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전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내몽골의 풍부한 태양광과 바람을 이용하여, 저가의 신재생 전기를 활용하지만, 그것으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단지는 AI를 사용한다. 전력이 풍부한 시간에는 전기를 저장하고 설비를 최대한 가동하며, 부족할 때는 저장한 전기를 사용하고 생산을 조정한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저장배터리, 수소 생산, 화학공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AI가 전체 가동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운영 최적화가 비용을 낮추고, 친환경 제품이 기존의 화석연료로 생산된 암모니아와 경쟁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물이었다. 내몽골은 물이 풍부한 지역이 아니다. 그런데 이 단지는 주변 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정수해 수소 생산에 활용하고 있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전기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자원과 환경, 산업 인프라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시스템 공학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은 거대 국영기업이 아니라, 2007년 장 레이가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엔비전 그룹(Envision Group)이다. 신재생에너지와 AI를 결합하며 성장했고, 지금은 1조 원 이상이 투입된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한국에도 기술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 기술이 부족했던 시대에도 조선업,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을 무에서 일으켜 세운 나라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이런 거대한 제조 기반 창업기업이 잘 나오지 않을까.

창업자의 상상력이 발휘되려면 백지 위에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정물을 먼저 배치해 놓고 "이 안에서 예쁜 그림을 그리라"고 요구한다. 부처별 허가권, 예산의 경계, 지역 간의 이해관계, 환경 평가, 주민 수용성, 근로 환경, 안전 규정 등 규제의 틀이 모든 방향에서 창업가를 둘러싼다.

그래서 한국에서 거대공학적 창업은 기업의 능력보다 사회 전체의 조정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창업가는 엔비전처럼 거대한 상상력을 품고 있어도, 이를 현실로 옮기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미 소진된다.

우리는 AI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소버린 AI 모델을 만들자고 경진대회를 열고, AI대학원을 늘려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내몽골에서 본 것처럼 AI는 에너지, 제조, 자원, 물류와 결합될 때 비로소 산업이 된다. 한국이 진정으로 AI 강국이 되려면 대학원 숫자나 경진대회보다, 거대 실험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적 운영 능력, 그리고 창업가가 실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먼저 필요하다. 거대공학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 및 제도와 사회 전체의 역량이 결합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몽골에서 본 그린암모니아 단지는 중국의 한 공장이 아니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창업가에게 어떤 도화지를 주고 있는가. 미래 산업의 경쟁에서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거대한 실험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이길 것이다.